정부가 연말정산 논란과 관련, 올해 세제를 개편하기로 했다. 상반기 중 간이세율표를 조정해 이를 적용하고 세법 개정 과정에서 자녀 수, 노후 대비 등을 감안해 공제항목 및 공제수준을 조정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실제 연말정산 결과를 바탕으로 소득계층 간 세부담 증감 및 형평성 등을 고려해 세 부담이 적정화되도록 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 1월 20일 연합뉴스
☞ 직장인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연말정산의 계절이 돌아와 지난해 낸 세금의 정산 작업을 하고 있는데 추가로 내야 할 세금이 적지 않고 정산 작업 또한 예년보다 훨씬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연말정산은 예전엔 ‘13월의 월급’이라고 해서 낸 세금 중 일부를 돌려받는(환급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젠 거꾸로 토해 내는 샐러리맨들이 많아졌다. 연말정산이란 무엇이고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연말정산이란?
직장인들은 매달 급여를 받는다. 이 월급에 일정 세율을 곱한 금액을 매달 소득세로 낸다. 소득세는 소득이 많을수록 세금을 많이 내는 누진세여서 소득구간별로 세율도 달라진다. 하지만 때론 보너스도 받을 수 있어서 매달 월급이 같은 건 아니다. 따라서 월급 때마다 매번 정확한 소득금액을 산정하고 거기에 맞는 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매겨야 하지만 인력과 시간낭비가 적지 않다. 이런 이유로 근로소득은 세금을 매기기 편리하도록 만든 간이세액표에 의해 매달 세금을 부과한 후 다음해 2월에 전년 1년간 받은 전체 소득을 계산하고 이를 기준으로 다시 정확한 세액을 산정해 이미 납부한 세금과 실제 부담할 세금 차액을 정산하게 된다. 이를 연말정산이라고 한다.
만약 매달 낸 세금의 합계액이 연말정산을 통해 확정한 연간 세금과 비교해 많으면 이미 낸 세금을 돌려받고, 반대로 매달 낸 세금의 합계액이 연말정산에서 산정한 세금보다 적으면 더 내게 되는 것이다.
세법 규정에 따라 계산한 것으로 세금 부과의 기준이 되는 금액을 과세표준이라고 한다. 과세표준은 직장인이 한 해 동안 받은 급여총액이 아니다. 전체 급여에서 법으로 정해놓은 금액을 뺀 금액이 과세표준이다. 법으로 정해진 금액을 빼는 것을 공제(控除)라고 한다. 공제에는 소득공제와 세액공제가 있다.
소득공제는 소득을 계산할 때 빼주는 금액이다. 전체 소득에서 소득공제액을 제외한 금액에 소득구간별로 정해진 세율을 곱해 세금을 계산한다.
세액공제는 아예 세금에서 빼주는 금액이다. 소득공제나 세액공제 항목은 국민들의 복지 향상이나 정책의 목표, 세금의 효과적 징수 등을 위해 정부가 정하게 된다. 출산율 제고나 국민 건강 등도 고려 대상이다.
예를 들어 A씨의 지난해 총 급여가 7000만원이라고 하자. 여기에 각종 소득공제액이 500만원이라면 총급여에서 소득공제액을 뺀 6500만원이 세금 부과의 기준 소득인 과세표준이 된다. 이 과세표준에 세율을 곱하면 세금이 산출된다. 그런데 소득세는 누진세로 소득구간별로 세율이 다르다. 현행 세율은 △과세표준이 1200만원 이하이면 6% △1200만원 초과 4600만원 이하이면 15% △4600만원 초과 8800만원 이하이면 24% △8800만원 초과 1억5000만원 이하이면 35% △1억5000만원 초과는 38%의 세율이 적용된다. 따라서 A씨가 내야 할 세금은 1200만원×6% + 3400만원×15% + 1900만원×24% = 1038만원이 된다.
2013년에는 8800만원까지는 똑같고 △8800만원 초과 3억원 이하 35% △3억원 초과 38%의 세율이 적용됐다. 1억5000만원을 초과한 고액 소득자들은 올해부터 세금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올해는 왜 세금을 대거 토하게 되나?
두 가지 이유다. 첫째는 정부가 2013년 세법을 개정하면서 그동안 소득공제였던 것을 대거 세액공제로 바꿨다. 자녀 관련 소득공제, 연금저축·퇴직연금, 보장성 보험료, 의료비, 교육비, 기부금 등 소득공제를 해주던 항목 거의 대부분을 세액공제 방식으로 변경했다. 보험료(연금저축 포함)는 올 연말정산부터 소득에 관계없이 12%, 교육비·의료비 등은 15% 세액공제해준다. 예전 교육비나 의료비, 보험료를 지출할수록 과세표준에서 빼주는 소득공제 방식과 비교해 절반 정도밖에 공제를 못 받는다.
자녀공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에는 6세 이하 자녀 1인당 100만원, 2명 초과 자녀 1명당 200만씩 소득공제해주던 것을 올해는 자녀 2명까지는 1인당 15만원, 3명부터는 1인당 20만의 세액공제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아이를 셋 키우는 연봉 7000만원을 받는 직장인의 경우 교육비 의료비 보험료 공제금액에서 24%(과세표준 4600만~8800만원 소득세율)를 돌려받았지만 이제는 절반밖에 세금을 환급받지 못한다.
올 연말정산에 특히 손해를 보는 사람은 과세표준이 7000만~2억원인 구간의 직장인과 자녀가 많은 직장인이다. 연봉 2억원을 넘거나 자녀 교육을 마친 부유층, 자녀를 출가시킨 부유층 퇴직자 등은 큰 영향이 없다. 이러니 직장인들이 ‘뿔난’ 것이다.
또 하나는 정부가 경기부양 차원에서 소비를 부추기고자 지난해 매달 세금을 덜 뗀 점도 올 연말정산에서 세금을 토해내야 하는 직장인이 많아진 한 이유다. 가령 간이세액표를 고쳐 예년보다 매달 4만원의 세금을 덜 뗐다면 연말정산에서 추가 납부해야 할 세금은 50만원 가까이가 된다.
정부의 계획
최경환 부총리는 20일 올해 중 세법을 개정해 문제점을 보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 부총리는 “총급여 5500만원 이하는 세 부담이 줄었고, 총급여 5500만원에서 7000만원 이하는 2만~3만원이 증가하며, 상위 10%에 해당하는 7000만원 이상은 총액 1조3000억원의 세금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총급여 5500만원 이하의 일부 근로자 중 부양가족, 자녀, 의료비, 교육비 공제 등의 적용을 받지 못해 세 부담이 증가하긴 하지만 개인적 사정에 따른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번 연말정산 관련 문제 지적은 자녀 수가 많은 가정에 혜택이 적게 돌아간다는 것과 노후 대비 세액공제가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이런 점을 올해 세제개편하는 과정에서 감안해 공제항목 기준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갑순 한국납세자연합회장(동국대 회계학과 교수)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지출은 비용으로 인정해 세금에서 빼주는 게 원칙”이라며 “저출산과 고령화 충격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세제를 고쳐야 한다”고 밝혔다.
과세 원칙은?
정부가 2013년 세법 개정시 소득공제를 대거 세액공제로 바꾼 근본적인 이유는 세금을 더 걷기 위해서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정부와 집권 여당은 세금 인상은 없다고 누누이 강조해왔다. 그렇지만 늘어나는 복지 예산을 충당할 만한 세수(세금수입)는 부족한 상태에서 어디서든 돈 생길 곳이 있어야 하고, 그래서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의 전환이라는 편법을 썼다는 얘기다.
학자들은 정부가 국민에 세금을 부과하는 원칙으로 ‘넓고 낮게’를 꼽는다. 세금을 물리는 과세대상은 가능한 국민 모두에게, 물리는 세금은 가능한 한 적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세금을 내야 국민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또 과도한 세금은 국민들의 경제 의지를 앗아가 결국은 경제를 망치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벌칙적인 부유세를 도입했다가 나라경제를 망치고 나서야 폐지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또 하나 과세의 기준은 단순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기업이나 가계도 미래를 예상하며 경제활동에 전념할 수 있다. 슬로바키아 등 아예 소득에 관계없이 동일한 세율을 적용하는 단일세를 도입한 나라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누더기 세법’이란 말이 나돌 정도로 매년 법을 고친다.
그러니 세무서 직원조차 연말정산 규정을 모르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선진국일수록 세법 개정은 큰 이슈다. 때론 정권의 명운이 갈린다. 복지 지출을 위해 증세를 하려면 꼼수 대신 정공법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증세가 필요하다면 국민 모두 조금씩 더 낼 각오가 돼야 한다. ‘나는 안 되고 부자들만 더 내야 한다’는 식은 무임승차자를 양산해 극심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만 낳을 뿐이다.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한국보다 낮아진 일본의 신용등급…우리 경제에도 ''반면교사''
◆일본 국가신용등급 강등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1일 일본 국가신용등급을 ‘Aa3’에서 ‘A1’으로 한 단계 내렸다. 아베노믹스가 흔들리며 일본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재정난도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무디스가 일본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2011년 8월 이후 3년4개월 만이다. 이번 조치로 일본 국가신용등급은 한국(Aa3)보다 낮아졌다.
- 12월2일 한국경제신문
☞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이 한국보다 낮아졌다. 1980년대 일본 기업들이 미국 맨해튼의 빌딩과 기업들을 대거 사들이면서 세계 경제를 호령했던 때와는 금석지감이다. 왜 이처럼 일본이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것일까?
신용등급이란?
신용등급은 채권의 원금과 이자를 약정대로 상환할 가능성을 표시하는 부호다. 신용평가회사가 국가나 기업, 금융회사, 개인을 대상으로 조사해 매긴다. 어떤 신용등급을 받느냐는 기업이나 국가, 개인의 채무상환능력이 핵심이다. 기업의 경우 경영관리위험, 산업위험, 사업 및 영업위험, 재무위험, 계열위험 등이 기준이다. 국가는 성장률, 정부부채, 재정건전성 등 경제적 요인 외에 정치적 리스크도 평가기준이 된다.
신용평가회사(신평사)는 각 경제주체들의 신용 상태를 전문적으로 평가해 등급을 부여하고 이를 공표하는 회사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3대 신평사로는 S&P(Standard & Poor’s)와 무디스(Moody’s), 그리고 피치(Fitch)가 꼽힌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하거나 돈을 빌리려는 기업이나 금융회사, 국가는 먼저 이들로부터 자신의 신용등급을 받아야 한다. 글로벌 3대 신평사는 모두 미국 회사인 점이 특징이다. 그래서 종종 결정적인 순간엔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정치적 결정을 내린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신정평가(NICE), 한국신용평가(KIS), 한국기업평가(KR) 등 3대 신평사가 있다. 이 가운데 KIS는 무디스, KR은 피치가 대주주다.
신용등급은 평가회사마다 다르지만 대략 20여 단계로 나뉜다. S&P의 경우 가장 높은 등급이 AAA(트리플 A)이고, AA+, AA, AA-, A+, A, A-, BBB+, BBB, BBB-, BB+, BB, BB-, B+, B, B-, CCC+, CCC, CCC-, CC, D 등 21단계다. 무디스는 Aaa, Aa1, Aa2, Aa3, A1, A2, A3, Baa1, Baa2, Baa3, Ba1 등으로 표기한다. 이 가운데 BBB-(Baa3) 이상 등급이 투자적격등급, 그 아래는 투자부적격등급으로 분류된다.
신평사들은 또 기업이나 나라의 신용등급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이란 전망 자료도 발표한다.
‘긍정적(positive)’은 향후 신용등급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이며, ‘안정적(stable)’은 당분간 현재의 신용등급이 바뀌지 않을 것이란 뜻이다. 반면 ‘부정적(negative)’은 신용등급을 낮출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일본 신용등급 강등의 이유
무디스는 1일 일본 국가신용등급을 ‘Aa3’에서 ‘A1’으로 한 단계 강등했다. 맨 위인 ‘Aaa’보다 네 단계 밑이다. ‘A1’ 등급은 한국 대만 사우디아라비아 등보다 한 단계 낮고, 이스라엘 오만 체코 등과 같은 수준이다. 무디스는 하지만 등급 전망에 대해선 “향후 대대적인 재정 구조조정에 나설 경우 펀더멘털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며 ‘안정적’으로 판단했다.
또 다른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 기준으로도 한국 신용등급은 일본보다 높은 상태다. 피치는 2012년 5월 일본 신용등급을 A+로 내리고, 같은 해 9월 한국은 AA-로 올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일본의 신용등급을 한국(A+)보다 한 단계 높은 ‘AA-’로 유지하고 있으나 전망은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무디스는 일본 국가신용등급 강등 이유로 △재정목표 달성에 대한 불확실성 증대 △성장 촉진정책을 추진하는 정부 능력에 대한 불확실성 고조 △정책 신뢰성 저하로 채무상환능력 감소 등을 꼽았다.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나 아베 내각의 의사 결정 등으로 미뤄볼 때 재정건전화를 달성하고 성장전략도 만들겠다는 목표가 제대로 달성될지에 대한 의문이 쌓여 결국 신용등급 조정이 이뤄졌다는 것이다.(세계를 호령하던 일본이 왜 이렇게 됐지?)
일본 정부는 경기를 살리는 동시에 소비세율 인상으로 재정 목표 달성을 도모하겠다며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장담했는데 최근 상황은 이와 거리가 멀었다. 특히 아베 정부가 경기 부진과 여론의 반발에 밀려 내년 10월로 예정했던 소비세율 2차 인상(세율 8%→10%) 시기를 2017년 4월로 1년6개월 미룬 게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일본의 나랏빚(국가부채)은 한 나라가 1년 동안 생산해낸 부가가치의 합계인 GDP(국내총생산)의 243%(2013년 기준)에 달한다.
재정파탄으로 나라가 위기에 몰린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보다 훨씬 위험한 수준이다. 나랏빚을 줄이려면 세수(세금수입)를 늘려야 한다. 세수를 늘리려면 경기가 좋아져 기업들이나 개인이 세금을 전보다 많이 내거나, 세율을 올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베 정부는 지난 4월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에 해당하는 소비세의 세율을 5%에서 8%로 인상했다. 그랬더니 조금 살아나는 듯했던 경기가 다시 얼어붙어 2분기 연속 GDP가 쪼그라들었다. 2분기 연속 성장률이 뒷걸음치면 경기침체로 본다.
아베 정부는 소비세율을 내년 10월 다시 10%로 올릴 계획이었는데 경기가 하도 나빠져서 이걸 늦췄다. 세금 인상 시기를 늦춘 게 경기회복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이번엔 나랏빚(재정건전성)이 문제가 됐다. 무디스가 일본 신용등급을 낮춘 건 소비세율 인상 시기 연기가 국가 재정 건전성 확충 계획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일본은 반면 교사
시장에선 일본 국가신용등급 강등이 적어도 현 시점에선 아베 정부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의 실패를 뜻하는 걸로 보고 있다.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아베 정부의) 성장전략에 물음표가 붙었다”고 논평했으며, 요미우리신문은 “아베노믹스의 행선지에 대한 경고라는 측면이 있다”고 풀이했다.
아베노믹스는 △양적 완화 △재정전략 △성장전략 등 이른바 ‘3개의 화살’이라는 전략이 핵심이다. 일본은행(BOJ)은 통화를 무제한 살포한다. 정부는 재정을 동원, 지출을 늘리며 경영 규제를 풀어 기업들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정책이다. 이 3개의 화살 가운데 가장 부진했던 게 바로 성장전략이다. 성장전략엔 규제 완화뿐만 아니라 노동시장 개혁 등의 구조개혁 정책이 필요한데 이게 미진했다는 평가다. 토머스 번 무디스 부사장은 일본의 GDP가 2분기 연속 감소한 것을 지적, 성장촉진 대책이 불확실하다며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인 성장전략이 제시되더라도 시행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본 신용등급 강등의 여파로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119엔대를 넘어서며 7년4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한 나라 돈의 가치는 그 나라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에 의해 좌우된다. 경제가 좋지 않으니 돈의 값이 떨어지는 것이다.
가뜩이나 아베 정부의 양적 완화(중앙은행이 발권력을 이용해 돈을 무제한 푸는 정책)가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는데 국가신용등급 강등이 기름을 껴부은 격이다. 해외 시장에서 일본산 제품과 경쟁하고 있는 우리 수출기업들엔 악재다. 일본 신용등급 강등은 경제의 구조조정이 얼마나 지난(至難)한 길인지를 보여준다. 일본처럼 장기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는 우리에게도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한국보다 낮아진 일본의 신용등급…우리 경제에도 ''반면교사''
◆일본 국가신용등급 강등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1일 일본 국가신용등급을 ‘Aa3’에서 ‘A1’으로 한 단계 내렸다. 아베노믹스가 흔들리며 일본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재정난도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무디스가 일본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2011년 8월 이후 3년4개월 만이다. 이번 조치로 일본 국가신용등급은 한국(Aa3)보다 낮아졌다.
- 12월2일 한국경제신문
☞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이 한국보다 낮아졌다. 1980년대 일본 기업들이 미국 맨해튼의 빌딩과 기업들을 대거 사들이면서 세계 경제를 호령했던 때와는 금석지감이다. 왜 이처럼 일본이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것일까?
신용등급이란?
신용등급은 채권의 원금과 이자를 약정대로 상환할 가능성을 표시하는 부호다. 신용평가회사가 국가나 기업, 금융회사, 개인을 대상으로 조사해 매긴다. 어떤 신용등급을 받느냐는 기업이나 국가, 개인의 채무상환능력이 핵심이다. 기업의 경우 경영관리위험, 산업위험, 사업 및 영업위험, 재무위험, 계열위험 등이 기준이다. 국가는 성장률, 정부부채, 재정건전성 등 경제적 요인 외에 정치적 리스크도 평가기준이 된다.
신용평가회사(신평사)는 각 경제주체들의 신용 상태를 전문적으로 평가해 등급을 부여하고 이를 공표하는 회사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3대 신평사로는 S&P(Standard & Poor’s)와 무디스(Moody’s), 그리고 피치(Fitch)가 꼽힌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하거나 돈을 빌리려는 기업이나 금융회사, 국가는 먼저 이들로부터 자신의 신용등급을 받아야 한다. 글로벌 3대 신평사는 모두 미국 회사인 점이 특징이다. 그래서 종종 결정적인 순간엔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정치적 결정을 내린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신정평가(NICE), 한국신용평가(KIS), 한국기업평가(KR) 등 3대 신평사가 있다. 이 가운데 KIS는 무디스, KR은 피치가 대주주다.
신용등급은 평가회사마다 다르지만 대략 20여 단계로 나뉜다. S&P의 경우 가장 높은 등급이 AAA(트리플 A)이고, AA+, AA, AA-, A+, A, A-, BBB+, BBB, BBB-, BB+, BB, BB-, B+, B, B-, CCC+, CCC, CCC-, CC, D 등 21단계다. 무디스는 Aaa, Aa1, Aa2, Aa3, A1, A2, A3, Baa1, Baa2, Baa3, Ba1 등으로 표기한다. 이 가운데 BBB-(Baa3) 이상 등급이 투자적격등급, 그 아래는 투자부적격등급으로 분류된다.
신평사들은 또 기업이나 나라의 신용등급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이란 전망 자료도 발표한다.
‘긍정적(positive)’은 향후 신용등급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이며, ‘안정적(stable)’은 당분간 현재의 신용등급이 바뀌지 않을 것이란 뜻이다. 반면 ‘부정적(negative)’은 신용등급을 낮출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일본 신용등급 강등의 이유
무디스는 1일 일본 국가신용등급을 ‘Aa3’에서 ‘A1’으로 한 단계 강등했다. 맨 위인 ‘Aaa’보다 네 단계 밑이다. ‘A1’ 등급은 한국 대만 사우디아라비아 등보다 한 단계 낮고, 이스라엘 오만 체코 등과 같은 수준이다. 무디스는 하지만 등급 전망에 대해선 “향후 대대적인 재정 구조조정에 나설 경우 펀더멘털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며 ‘안정적’으로 판단했다.
또 다른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 기준으로도 한국 신용등급은 일본보다 높은 상태다. 피치는 2012년 5월 일본 신용등급을 A+로 내리고, 같은 해 9월 한국은 AA-로 올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일본의 신용등급을 한국(A+)보다 한 단계 높은 ‘AA-’로 유지하고 있으나 전망은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무디스는 일본 국가신용등급 강등 이유로 △재정목표 달성에 대한 불확실성 증대 △성장 촉진정책을 추진하는 정부 능력에 대한 불확실성 고조 △정책 신뢰성 저하로 채무상환능력 감소 등을 꼽았다.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나 아베 내각의 의사 결정 등으로 미뤄볼 때 재정건전화를 달성하고 성장전략도 만들겠다는 목표가 제대로 달성될지에 대한 의문이 쌓여 결국 신용등급 조정이 이뤄졌다는 것이다.(세계를 호령하던 일본이 왜 이렇게 됐지?)
일본 정부는 경기를 살리는 동시에 소비세율 인상으로 재정 목표 달성을 도모하겠다며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장담했는데 최근 상황은 이와 거리가 멀었다. 특히 아베 정부가 경기 부진과 여론의 반발에 밀려 내년 10월로 예정했던 소비세율 2차 인상(세율 8%→10%) 시기를 2017년 4월로 1년6개월 미룬 게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일본의 나랏빚(국가부채)은 한 나라가 1년 동안 생산해낸 부가가치의 합계인 GDP(국내총생산)의 243%(2013년 기준)에 달한다.
재정파탄으로 나라가 위기에 몰린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보다 훨씬 위험한 수준이다. 나랏빚을 줄이려면 세수(세금수입)를 늘려야 한다. 세수를 늘리려면 경기가 좋아져 기업들이나 개인이 세금을 전보다 많이 내거나, 세율을 올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베 정부는 지난 4월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에 해당하는 소비세의 세율을 5%에서 8%로 인상했다. 그랬더니 조금 살아나는 듯했던 경기가 다시 얼어붙어 2분기 연속 GDP가 쪼그라들었다. 2분기 연속 성장률이 뒷걸음치면 경기침체로 본다.
아베 정부는 소비세율을 내년 10월 다시 10%로 올릴 계획이었는데 경기가 하도 나빠져서 이걸 늦췄다. 세금 인상 시기를 늦춘 게 경기회복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이번엔 나랏빚(재정건전성)이 문제가 됐다. 무디스가 일본 신용등급을 낮춘 건 소비세율 인상 시기 연기가 국가 재정 건전성 확충 계획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일본은 반면 교사
시장에선 일본 국가신용등급 강등이 적어도 현 시점에선 아베 정부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의 실패를 뜻하는 걸로 보고 있다.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아베 정부의) 성장전략에 물음표가 붙었다”고 논평했으며, 요미우리신문은 “아베노믹스의 행선지에 대한 경고라는 측면이 있다”고 풀이했다.
아베노믹스는 △양적 완화 △재정전략 △성장전략 등 이른바 ‘3개의 화살’이라는 전략이 핵심이다. 일본은행(BOJ)은 통화를 무제한 살포한다. 정부는 재정을 동원, 지출을 늘리며 경영 규제를 풀어 기업들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정책이다. 이 3개의 화살 가운데 가장 부진했던 게 바로 성장전략이다. 성장전략엔 규제 완화뿐만 아니라 노동시장 개혁 등의 구조개혁 정책이 필요한데 이게 미진했다는 평가다. 토머스 번 무디스 부사장은 일본의 GDP가 2분기 연속 감소한 것을 지적, 성장촉진 대책이 불확실하다며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인 성장전략이 제시되더라도 시행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본 신용등급 강등의 여파로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119엔대를 넘어서며 7년4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한 나라 돈의 가치는 그 나라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에 의해 좌우된다. 경제가 좋지 않으니 돈의 값이 떨어지는 것이다.
가뜩이나 아베 정부의 양적 완화(중앙은행이 발권력을 이용해 돈을 무제한 푸는 정책)가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는데 국가신용등급 강등이 기름을 껴부은 격이다. 해외 시장에서 일본산 제품과 경쟁하고 있는 우리 수출기업들엔 악재다. 일본 신용등급 강등은 경제의 구조조정이 얼마나 지난(至難)한 길인지를 보여준다. 일본처럼 장기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는 우리에게도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