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 행이 현행 20%인 은행의 지급준비율(지준율)을 5일부터 0.5%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고 4일 발표했다. 인민은행이 지준율을 낮춘 것은 2012년 5월 이후 33개월 만에 처음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지준율 인하로 약 5000억위안의 유동성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 2월 5일 한국경제신문
☞ 중국이 거의 3년 만에 지급준비율(지준율) 인하 카드를 꺼내들었다. 일본과 유럽은 양적 완화 정책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스위스 중앙은행은 자국 통화인 프랑화 환율 방어 포기를 선언했다. 루마니아 인도 덴마크 등 9개국이 지난 1월 기준금리(정책금리)를 인하했으며 호주도 금리 인하 행진에 동참했다. 싱가포르도 통화완화 정책을 전격 발표했다. 세계적인 ‘통화전쟁(currency war)’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왜 각국이 경쟁적으로 기준금리와 자국 통화가치를 낮추고 돈을 푸는 것일까?
# 중국, 7%대 성장 지키기에 안간힘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준율을 대형 은행 기준으로 19.5%로 낮춘 것은 경기를 살리기 위한 것이다. 지준율은 은행이 예금 중 예금자의 인출 요청에 대비해 현금으로 갖고 있는 준비금 비율이다. 지준율을 낮추면 은행이 대출해줄 수 있는 한도가 늘어나 소비와 투자가 증가할 수 있다. 인민은행이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한 데 이어 지준율까지 낮춘 것은 중국 정부가 그만큼 자국 경제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7.4%로 2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 들어서도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주는 구매관리자지수(PMI)가 1월 49.8로 26개월 만에 기준치(50) 밑으로 추락했고, 부동산 경기 역시 침체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일부 투자은행은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이 없으면 올해 중국 성장률이 6%대로 내려앉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세계 각국은 앞다퉈 기준금리 인하
중국에 앞서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연일 기준금리를 낮추고 돈을 뿌리는 등 통화완화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통화완화 정책은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통화전쟁(환율전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호주 중앙은행은 이달 초 연 2.50%였던 기준금리를 18개월 만에 2.25%로 낮췄다. 사상 최저치다. 호주는 그동안 자산 거품 등을 우려해 금리 인하에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1월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를 시작으로 세계 각국의 통화완화 정책이 이어지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루마니아 인도 페루 스위스 이집트 덴마크 터키 캐나다 러시아 등은 1월에 기준금리를 최저 0.15%포인트에서 최고 2%포인트까지 낮췄다. 특히 덴마크의 경우 기준금리를 지난달만 모두 세 차례 인하했다. 싱가포르도 싱가포르 달러화의 절상속도를 늦추는 통화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지난달 15일 2011년 9월에 도입한 환율 하한선을 폐지했다. 스위스는 자국 통화의 가치 상승을 방지하기 위해 그동안 스위스 프랑화 환율이 1유로당 1.20프랑 밑으로 떨어지지 않도록(다시 말하면 프랑화 가치가 오르지 않도록) 하한선을 두어왔는데 이를 없앤 것이다. 이와 함께 기준금리를 마이너스 0.25%에서 마이너스 0.75%로 인하했다. 스위스가 환율 하한선을 폐지한 것은 ECB가 양적 완화 정책을 본격화할 경우 국제 금융시장에서 안전통화로 꼽히는 스위스 프랑화 수요 증가로 프랑화 가치가 오르는 걸 막을 수 없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다. 스위스가 환율 하한선 제도를 이어가려면 중앙은행이 시장에서 프랑을 팔고 유로화를 사들여야 하는데 이렇게 외환을 매수하면서 외환보유고가 급증, 외환보유고 관리비용이 치솟게 된다.
# 유럽과 일본은 양적 완화 가속도
이번 통화전쟁은 지난달 22일 ECB가 양적 완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재연됐다. 양적 완화는 기준금리를 더이상 낮출 수 없을 때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낼 수 있는 권리를 이용해 시중에 돈을 뿌리는 정책이다. ECB는 오는 3월부터 내년 9월까지 시중에서 국채와 채권을 사주는 방법으로 매달 600억유로 규모를 공급할 예정이다. 총 1조1400억유로를 푸는 것이다.
ECB와 함께 일본 아베 정부도 지난해 10월 말 양적 완화를 연간 80조엔 수준까지 확대하는 조치를 취했다.
반면 경제가 되살아나는 모습을 보이는 미국은 지난해 10월 하순 양적 완화 조치를 종료했다. 이렇게 미국과 다른 국가 중앙은행 간 정책이 엇박자를 보이면서 주요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국제금융시장 변동성도 확대되는 추세다. 유로화 엔화 가치는 급락한 반면 달러화 가치는 치솟은 게 대표적이다. 현재 1유로는 1.13달러, 1달러는 119엔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저금리 기조 장기화와 환율변동성 확대로 인한 악영향에 유의해야 한다”며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올라 수출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올리비에 블랑샤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을 경고했다. 미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 인상 쪽으로 기울고 있는 반면 ECB와 일본은행은 통화정책을 완화하면서 미국과는 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 ‘글로벌 디플레를 막아라’
이처럼 세계 각국이 앞다퉈 통화완화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은 글로벌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유로화를 쓰는 나라들의 경제는 디플레 양상이 역력하다. 성장률은 정체되고 물가는 장기 하락하고 있다. 일본도 경기가 아주 좋지 않다. 중국도 하강 추세가 뚜렷하다. 중국의 경기선행지수는 지난해 12월 98.8로 2009년 2월 이후 최저치다. 경기선행지수는 앞으로의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다. 미국을 제외하고 경기가 좋은 나라가 별로 없다.
IMF는 지난달 19일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3.5%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0월 전망치(3.8%)보다 0.3%포인트 낮은 것이다. 또 내년 평균 성장률도 3.7%로 석 달 전보다 0.3%포인트 내렸다. IMF는 “세계경제가 저유가로 일부 혜택을 받겠지만 투자 감소나 중국 유로존 일본 러시아의 성장 둔화 등 부정적 요인을 상쇄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은 “한국 경제도 세계적인 디플레와 함께 자체적인 요인으로 인해 구조적 장기 침체(Secular Stagnation) 국면에 돌입했다”고 지적했다. ‘구조적 장기 침체’는 하버드대 교수인 로렌스 서머스 교수가 올초 전미경제학회에서 주장한 것으로, 경기순환 차원의 저성장 궤도를 벗어나 오랫동안 침체가 이어지는 초저성장 상태를 가리킨다. 김용옥 전국경제인연합회 팀장은 “구조적 침체를 벗어나려면 정부와 중앙은행의 경기부양책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규제 완화나 노동·공공부문 개혁 등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구조개혁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중남미 국가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개혁·개방과 친기업 정책을 펴 온 ‘태평양동맹 4개국’은 원자재값 급락에도 불구하고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폐쇄적인 대외정책과 복지 포퓰리즘을 남발한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주요 3개국은 경제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 2월 5일 한국경제신문
☞ 중남미 국가들은 영토가 넓고 자원도 많이 가진 ‘자원부국’이다. 그런데 어떤 나라들은 경제가 상당히 좋은 반면 어떤 나라들은 엉망이다. 멕시코 콜롬비아 페루 칠레 등 ‘태평양동맹 4개국’이 전자의 대표라면 브라질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등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3개국은 후자에 해당한다. 1991년 출범한 메르코수르(MERCOSUR)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베네수엘라 등이 참여한 남미 공동시장이다. 당초 자유무역을 표방했으나 좌파 정권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보호무역과 자립주의로 성향이 바뀌었다. 반면 2012년 출범한 태평양동맹은 자유무역, 경제통합, 국제교역 활성화 등 개방을 내세우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태평양동맹 4개국은 올해 3~5%의 성장이 예상된다. 콜롬비아와 페루는 정부의 적극적인 해외 기업 유치 정책에 힘입어 올해 4% 이상의 경제 성장이 기대된다. 멕시코는 지난해 브라질을 제치고 중남미 자동차 생산 1위 국가로 올라섰다. 2020년께 브라질을 꺾고 중남미 1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남미의 맹주’였던 브라질은 기로에 서 있다. 2년째 ‘제로(0) 성장’이다.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는 올해 각각 -1.5%와 -7% 성장이 예상된다. 아르헨티나는 벌써 몇 차례 부도 위기를 넘나들었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 그 답은 바로 정치에 있다. 마틴 펠드스타인 미 하버드대 교수(경제학)는 “멕시코의 경우 친시장적인 경제개혁과 외국인 투자가 맞물리면서 낮은 물가와 건전한 재정, 양호한 경상수지, 환율 안정 등 거시경제 기반이 튼튼해지고 있다”며 “멕시코가 향후 10년간 라틴 아메리카 경제의 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메르코수르의 경우 정치권의 포퓰리즘(대중 인기영합 정책)이 나라를 망친 주범으로 꼽힌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1기 임기 중 빈곤층 현금 지원, 유류보조금 지급 등 복지예산을 대거 썼다.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예산 증액이었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면서 세수 부족, 성장 둔화 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외국 자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브라질은 원자재 의존 경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위 10개 수출품목 가운데 9개가 원자재다.
베네수엘라도 변변한 제조업이 없고 석유제품이 전체 수출의 90%가 넘는다. 1999년부터 14년간 장기 집권한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은 원유 수출로 벌어들인 돈으로 산업 경쟁력을 키우기보다는 선심성 무상복지에 펑펑 써댔다. 그 결과는 경제의 뒷걸음질과 물가 급등이었다.
1900년대 초만 해도 세계적인 부국(富國)중 하나였던 아르헨티나 역시 뿌리깊은 페론주의(Peronism)가 나라경제를 갉아먹고 있다. 페론주의는 후안 페론 전 대통령과 그의 부인 에바 페론이 내세운 정책으로 외국 자본 배제, 산업 국유화, 복지 확대와 임금 인상 등이 주요 골자다. 아르헨티나는 ‘중남미 경제 3위’ 자리를 올해 콜롬비아에 빼앗길 처지에 놓였다.
이에 비해 콜롬비아 멕시코 페루 칠레 등 ‘태평양동맹’ 국가들은 좌파정권의 브라질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가 주도하는 메르코수르와 다른 길을 가겠다고 분명히 선언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외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풀었다. 그 열매가 지금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로 맺어지고 있다. 콜롬비아 싱크탱크 페데사로(경제사회연구소)의 호세 빈센테 로메로 거시경제분석국장은 “라틴아메리카는 더 이상 하나가 아니다”며 “개혁·개방과 친기업 정책 기조가 태평양동맹의 경제 번영 토대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 다시 불붙은 증세와 복지 논란…세금 늘리기 전 복지 구조조정 시급
◆증세와 래퍼곡선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증세는 ‘마지막 수단’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 부총리는 “지하경제 양성화나 세출 구조조정 등을 통해 세수를 자연스럽게 늘리되, 안 된다고 결론이 나면 국민적 공감과 동의를 얻어 추진할 마지막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마지막 상황까지 간 건 아니다”고 말해 현 시점에서의 증세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복지 논쟁에 대해선 “복지 수준과 부담에 대해 컨센서스가 먼저 이뤄져야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 2월 5일 연합뉴스
☞ 정치권에서 다시 복지와 증세 논란이 한창이다. 핵심은 복지 확충에는 많은 돈이 필요한데 어떻게 거둘지, 과연 지금의 복지 수준은 적절한 것인지로 요약된다.
정부의 복지 예산은 2013년 14.8조원, 2014년 19.8조원, 2015년 24.1조원으로 가파르게 늘고 있다. 전체 예산의 30.8%(2015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가장 비중이 높은 건 △무상보육 △기초연금 △무상급식 등 세 가지다. 하지만 세금은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정부가 세운 목표치(국세 수입 목표치)보다 2012년 2.8조원, 2013년 8.5조원, 2014년 11.1조원이나 덜 걷혔다. 세금이 걷히지 않는데 정부의 씀씀이는 급격히 늘어난 셈이다.
대통령 선거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각종 세금 감면을 없애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해 복지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증세 없는 복지 확대’를 천명한 것이다. 하지만 증세없는 복지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그 여파가 지금 여기저기 나타나고 있다. 급기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3일 “증세는 더 나은 대안을 찾을 수 없을 때 국민의 뜻을 물어보고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록 “복지 지출의 구조조정을 시행해 지출의 중복과 비효율을 없애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았지만 그동안 ‘증세는 없다’에서 ‘(복지의 구조조정 후에도 불가피하다면) 증세할 수도 있다”로 입장이 바뀐 것이다.
여당의 입장은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 복지 지출의 구조조정이 우선돼야 하고 △더 나은 대안을 찾을 수 없을 때 국민의 뜻을 물어보고 증세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야당)은 △복지는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확대해야 하며 △부자와 대기업들에 대해 더 많은 세금을 거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기업에 물리는 세금인 법인세율을 올리는 데 부정적이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세계적으로 법인세율을 낮추는 추세인데 우리만 올리면 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결국 일자리도 늘어나지 않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최경환 부총리는 “세율을 올린다고 세금이 더 걷힌다는 건 검증되지 않은 가설”이라고도 했다. 세수와 세율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곡선을 ‘래퍼곡선(Laffer curve)’이라고 한다. 미국의 경제학자 A 레퍼는 세율이 높아지면 세수가 늘어나다가 최적 조세점을 넘어서는 높은 세율에서는 오히려 세수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세율이 올라가면 근로의욕과 투자의욕이 감소하면서 세금을 거둘 수 있는 원천(세원)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근로자가 전체의 31%다. 자영업자나 임대소득 등을 올리는 사람 중에서도 20.7%가 세금을 안 낸다. 법인세를 내지 않는 기업도 52%에 달한다. 연 2000만원 이상 소득이 있는데도 피부양자로 등재돼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는 사람은 19만명이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세금을 내지 않는 현실에서 복지를 무작정 확대하는 건 사회의 도덕적 해이만을 낳을 뿐이다.
정부가 연말정산 논란과 관련, 올해 세제를 개편하기로 했다. 상반기 중 간이세율표를 조정해 이를 적용하고 세법 개정 과정에서 자녀 수, 노후 대비 등을 감안해 공제항목 및 공제수준을 조정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실제 연말정산 결과를 바탕으로 소득계층 간 세부담 증감 및 형평성 등을 고려해 세 부담이 적정화되도록 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 1월 20일 연합뉴스
☞ 직장인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연말정산의 계절이 돌아와 지난해 낸 세금의 정산 작업을 하고 있는데 추가로 내야 할 세금이 적지 않고 정산 작업 또한 예년보다 훨씬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연말정산은 예전엔 ‘13월의 월급’이라고 해서 낸 세금 중 일부를 돌려받는(환급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젠 거꾸로 토해 내는 샐러리맨들이 많아졌다. 연말정산이란 무엇이고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연말정산이란?
직장인들은 매달 급여를 받는다. 이 월급에 일정 세율을 곱한 금액을 매달 소득세로 낸다. 소득세는 소득이 많을수록 세금을 많이 내는 누진세여서 소득구간별로 세율도 달라진다. 하지만 때론 보너스도 받을 수 있어서 매달 월급이 같은 건 아니다. 따라서 월급 때마다 매번 정확한 소득금액을 산정하고 거기에 맞는 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매겨야 하지만 인력과 시간낭비가 적지 않다. 이런 이유로 근로소득은 세금을 매기기 편리하도록 만든 간이세액표에 의해 매달 세금을 부과한 후 다음해 2월에 전년 1년간 받은 전체 소득을 계산하고 이를 기준으로 다시 정확한 세액을 산정해 이미 납부한 세금과 실제 부담할 세금 차액을 정산하게 된다. 이를 연말정산이라고 한다.
만약 매달 낸 세금의 합계액이 연말정산을 통해 확정한 연간 세금과 비교해 많으면 이미 낸 세금을 돌려받고, 반대로 매달 낸 세금의 합계액이 연말정산에서 산정한 세금보다 적으면 더 내게 되는 것이다.
세법 규정에 따라 계산한 것으로 세금 부과의 기준이 되는 금액을 과세표준이라고 한다. 과세표준은 직장인이 한 해 동안 받은 급여총액이 아니다. 전체 급여에서 법으로 정해놓은 금액을 뺀 금액이 과세표준이다. 법으로 정해진 금액을 빼는 것을 공제(控除)라고 한다. 공제에는 소득공제와 세액공제가 있다.
소득공제는 소득을 계산할 때 빼주는 금액이다. 전체 소득에서 소득공제액을 제외한 금액에 소득구간별로 정해진 세율을 곱해 세금을 계산한다.
세액공제는 아예 세금에서 빼주는 금액이다. 소득공제나 세액공제 항목은 국민들의 복지 향상이나 정책의 목표, 세금의 효과적 징수 등을 위해 정부가 정하게 된다. 출산율 제고나 국민 건강 등도 고려 대상이다.
예를 들어 A씨의 지난해 총 급여가 7000만원이라고 하자. 여기에 각종 소득공제액이 500만원이라면 총급여에서 소득공제액을 뺀 6500만원이 세금 부과의 기준 소득인 과세표준이 된다. 이 과세표준에 세율을 곱하면 세금이 산출된다. 그런데 소득세는 누진세로 소득구간별로 세율이 다르다. 현행 세율은 △과세표준이 1200만원 이하이면 6% △1200만원 초과 4600만원 이하이면 15% △4600만원 초과 8800만원 이하이면 24% △8800만원 초과 1억5000만원 이하이면 35% △1억5000만원 초과는 38%의 세율이 적용된다. 따라서 A씨가 내야 할 세금은 1200만원×6% + 3400만원×15% + 1900만원×24% = 1038만원이 된다.
2013년에는 8800만원까지는 똑같고 △8800만원 초과 3억원 이하 35% △3억원 초과 38%의 세율이 적용됐다. 1억5000만원을 초과한 고액 소득자들은 올해부터 세금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올해는 왜 세금을 대거 토하게 되나?
두 가지 이유다. 첫째는 정부가 2013년 세법을 개정하면서 그동안 소득공제였던 것을 대거 세액공제로 바꿨다. 자녀 관련 소득공제, 연금저축·퇴직연금, 보장성 보험료, 의료비, 교육비, 기부금 등 소득공제를 해주던 항목 거의 대부분을 세액공제 방식으로 변경했다. 보험료(연금저축 포함)는 올 연말정산부터 소득에 관계없이 12%, 교육비·의료비 등은 15% 세액공제해준다. 예전 교육비나 의료비, 보험료를 지출할수록 과세표준에서 빼주는 소득공제 방식과 비교해 절반 정도밖에 공제를 못 받는다.
자녀공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에는 6세 이하 자녀 1인당 100만원, 2명 초과 자녀 1명당 200만씩 소득공제해주던 것을 올해는 자녀 2명까지는 1인당 15만원, 3명부터는 1인당 20만의 세액공제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아이를 셋 키우는 연봉 7000만원을 받는 직장인의 경우 교육비 의료비 보험료 공제금액에서 24%(과세표준 4600만~8800만원 소득세율)를 돌려받았지만 이제는 절반밖에 세금을 환급받지 못한다.
올 연말정산에 특히 손해를 보는 사람은 과세표준이 7000만~2억원인 구간의 직장인과 자녀가 많은 직장인이다. 연봉 2억원을 넘거나 자녀 교육을 마친 부유층, 자녀를 출가시킨 부유층 퇴직자 등은 큰 영향이 없다. 이러니 직장인들이 ‘뿔난’ 것이다.
또 하나는 정부가 경기부양 차원에서 소비를 부추기고자 지난해 매달 세금을 덜 뗀 점도 올 연말정산에서 세금을 토해내야 하는 직장인이 많아진 한 이유다. 가령 간이세액표를 고쳐 예년보다 매달 4만원의 세금을 덜 뗐다면 연말정산에서 추가 납부해야 할 세금은 50만원 가까이가 된다.
정부의 계획
최경환 부총리는 20일 올해 중 세법을 개정해 문제점을 보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 부총리는 “총급여 5500만원 이하는 세 부담이 줄었고, 총급여 5500만원에서 7000만원 이하는 2만~3만원이 증가하며, 상위 10%에 해당하는 7000만원 이상은 총액 1조3000억원의 세금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총급여 5500만원 이하의 일부 근로자 중 부양가족, 자녀, 의료비, 교육비 공제 등의 적용을 받지 못해 세 부담이 증가하긴 하지만 개인적 사정에 따른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번 연말정산 관련 문제 지적은 자녀 수가 많은 가정에 혜택이 적게 돌아간다는 것과 노후 대비 세액공제가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이런 점을 올해 세제개편하는 과정에서 감안해 공제항목 기준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갑순 한국납세자연합회장(동국대 회계학과 교수)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지출은 비용으로 인정해 세금에서 빼주는 게 원칙”이라며 “저출산과 고령화 충격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세제를 고쳐야 한다”고 밝혔다.
과세 원칙은?
정부가 2013년 세법 개정시 소득공제를 대거 세액공제로 바꾼 근본적인 이유는 세금을 더 걷기 위해서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정부와 집권 여당은 세금 인상은 없다고 누누이 강조해왔다. 그렇지만 늘어나는 복지 예산을 충당할 만한 세수(세금수입)는 부족한 상태에서 어디서든 돈 생길 곳이 있어야 하고, 그래서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의 전환이라는 편법을 썼다는 얘기다.
학자들은 정부가 국민에 세금을 부과하는 원칙으로 ‘넓고 낮게’를 꼽는다. 세금을 물리는 과세대상은 가능한 국민 모두에게, 물리는 세금은 가능한 한 적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세금을 내야 국민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또 과도한 세금은 국민들의 경제 의지를 앗아가 결국은 경제를 망치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벌칙적인 부유세를 도입했다가 나라경제를 망치고 나서야 폐지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또 하나 과세의 기준은 단순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기업이나 가계도 미래를 예상하며 경제활동에 전념할 수 있다. 슬로바키아 등 아예 소득에 관계없이 동일한 세율을 적용하는 단일세를 도입한 나라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누더기 세법’이란 말이 나돌 정도로 매년 법을 고친다.
그러니 세무서 직원조차 연말정산 규정을 모르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선진국일수록 세법 개정은 큰 이슈다. 때론 정권의 명운이 갈린다. 복지 지출을 위해 증세를 하려면 꼼수 대신 정공법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증세가 필요하다면 국민 모두 조금씩 더 낼 각오가 돼야 한다. ‘나는 안 되고 부자들만 더 내야 한다’는 식은 무임승차자를 양산해 극심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만 낳을 뿐이다.